음모론은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이나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들이고 이들이 ‘딥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비밀리에 지배하고 있다고 치자. 여기에는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톰 행크스,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적 셀럽들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정의의 사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비밀리에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아마도 대부분 피식 웃고 넘어갈지 모른다.이 스토리는 원래 온라인의 변두리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줄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계속 나온다. 그중에는 제법 덩치 큰 작품도 있다. 디즈니가 제작비 3억달러를 들인 ‘뮬란(Mulan)’은 2020년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블록버스터다. 디즈니가 199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뮬란’은 그해 전 세계에서 3억400만달러의 극장 수익을 얻었고 당시 일곱 번째로 흥행한 영화였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가족을 위해 여자란 사실을 숨기고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주인공 뮬란 역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리우이페이(유역비)가 맡았다. 여기에 공리, 리롄제(이연걸),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스페인 소비자단체인 FACUA의 루벤 산체스 대변인은 마드리드 주정부가 철회한 정책을 두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 말고도 비난의 대열에 선 이들은 많았다. 정치인과 시민단체, 전염병 학자들도 마드리드 주정부를 비판하며 거들었다. 이들을 한편으로 묶은 건 마드리드 주정부가 발표한 ‘면역 카드’ 프로젝트였다. 마드리드 주지사가 팬데믹 속에서도 지역경제를 굴려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30만명 정도다. 사망률은 거의 10%로 높은 편이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때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회고록을 쓰며 폭로의 달인이 된 존 볼턴 역시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근거리에 뒀던 측근으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이렇게 대통령 가까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백악관을 놀라게 만들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감염된 사실이 공개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 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 사건은 우려 섞인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관한 질문 말이다.전염병은 난생처음
“APT29는 가장 진화한 역량을 갖춘 해킹 그룹이다.”클라우드 보안기업인 ‘카본블랙’이 올해 3월 발표한 자료대로라면 러시아 해킹 그룹 APT29는 지난 10여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미국·조지아·터키·우간다·노르웨이·네덜란드의 정부 기관들이 이 해커 조직의 먹잇감이 됐다. 그래도 이들이 대외적으로 유명세를 탄 건 2016년 사건 덕분이다. 당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를 해킹했기 때문이다. 미 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에 따르면 2015년 여름 러시아 해커들은 D
2014년 처음 등장한 로포소(Roposo)는 요즘 회원이 급증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로포소는 1분 이내의 쇼트폼(Short-form)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앱으로 인도 로컬 서비스다. 지난 6월 29일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인도에서 유통되는 59개의 중국 앱을 금지했는데 결정이 나온 지 이틀 만에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이 로포소에 몰려들어 회원 수가 무려 2200만명이나 늘었다. 회사 설립자인 마얀크 뱅가디아는 로이터에 “지난 며칠간 겨우 5시간 잤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랴, 서비스 과부하를 막으랴
베이징이 통과시킨 새로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이내 홍콩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홍콩 민주화 인사의 책은 이제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는 금서가 됐고 정부 비판 포스트잇을 붙인 ‘노란 식당’에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날아들었다. 매년 홍콩에서 항의의 날이었던 7월 1일 시위에서는 ‘홍콩 독립’이라는 깃발을 든 15살 청소년까지 체포됐다. 7월 1일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의 통치가 넘어간 날이다. 온라인에서 추적당할 것을 우려하는 홍콩인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왓츠앱 내 그룹들을 삭제하고 있다. 굳이 비용을 들여
2009년 흔히 ‘돼지독감’이라고 부르던 신형 인플루엔자A(H1N1)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전 세계 3만여명이 이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6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팬데믹 초기, 몇몇 선진국은 H1N1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미리 계약을 맺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10억~20억개로 추정됐다. 특히 미국은 3곳의 제약사와 계약을 맺으며 6억개를 선주문했다. 미국 인구가 약 3억명이니 모든 미국인이 두 차례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열정적인 K팝 팬들이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에서 주역이 됐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을 기발하게 활용하는 그룹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시위 지원에 활용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K팝 군대가 정부에 대항하는 무기가 됐다.”요즘 미국은 감시 기술을 활용하려는 정부와 이를 피하려는 시위대가 대결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단속국에 민간인에 대한 감시 권한을 부여했다. 마약단속국은 기술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부서인데 이들은 안면인식 기술에도 접근할 수 있게
둥근 안경을 낀 노(老)학자의 얼굴에는 엄격함이 느껴진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건조한 표정으로 숫자를 알려주며 현재 상황을 전달할 뿐이다. 사람들은 마치 신탁(神託)을 받듯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 우리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받는 믿음, 그 이상이다. 그가 택한 코로나19 해결법은 논란을 촉발했다. 우리 생각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 남자는 이미 ‘스웨덴 모델’의 상징이 됐다. 스웨덴 공공보건청의 수장인 역학 전문가 안데르스 텡넬을 향한 국민의 열광은 어마어마하다.봄기운이 완연한 스웨덴 스톡홀름의
실리콘밸리의 평화로운 주말 저녁을 깬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지난 5월 16일 저녁 8시56분, 테크 업계의 빅플레이어들은 트위터에서 뜬금없는 트럼프의 비난을 들었다. “급진좌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을 통제하고 있다. 행정부는 이런 불법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법적인 상황이 무엇인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트윗 마지막에 동영상 링크를 통해 불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보수 블로거 겸 정치평론가인 미셸 말킨의 지지자다. 말킨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한 인사들을 옹호한
독일의 80세 여성이 가슴통증과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호소하며 마인츠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12채널 심전도 보드를 활용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여성에게서 그 어떤 뚜렷한 이상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환자는 자신이 차고 있던 애플워치의 심전도 결과를 의사에게 보여주며 증상을 설명했다. 애플워치 결과를 들여다본 의사는 데이터에서 심근허혈증(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여성은 곧장 옮겨져 좁아진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다. 2020년 4월 2
“인류가 만든 가장 쓸모없는 직업이다.”미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가 말한 ‘부통령 무용론’은 실권 없는 권력자가 된 그의 아쉬움을 대변했다. 미국에서 부통령은 이중적인 자리다. 미국 헌법을 보면 부통령은 그다지 실권이 없고 대통령 집무실에 끼치는 영향력도 제한됐다. 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백악관 본관 대신 서쪽 편에 자리한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EEOB)’에서 머문다. 그들은 대통령 혹은 대통령 측근과 미팅을 할 때마다 지하도를 따라 100m 정도 걸어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야 한다. 이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부통령은 권
“집에 있는 동안 음악감상이나 독서, 게임을 하자.”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트위터에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한 방법으로 게임을 언급하자 게임업계의 표정은 밝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그럴 만했다. 지난해 5월 WHO는 질병코드 개정안(ICD-11)을 발표하면서 만장일치로 ‘게임과 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뚜렷한 근거 없이 게임을 마약과 같은 위치에 놓으면서 게임산업과 대립각을 세운 WHO였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게임을 권하는 단체가 됐다. 코로나19를 극복하자며 WHO는 ‘플레이 어파트
중국 정부가 우한을 봉쇄했을 때만 해도 모두들 이렇게 생각했다. ‘독재 국가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권위주의 국가는 도시 봉쇄를 결정하는 것도,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서구권에서는 중국이기에 그런 조치들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개인의 기본권을 쉽게 틀어막는 정치적 후진성을 평가절하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를 비웃던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외출을 통제하고 벌금형을 언급하며 개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방법을 뒤따라 시행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해도 말이
‘하이퍼볼릭 디스카운팅(hyperbolic discounting)’이란 단어는 행동경제학의 기초가 된다.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심리를 뜻하는 말이다. 만약 내일 8만원을 얻을 수 있고 일주일 뒤에 10만원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일주일 뒤 10만원을 얻는 게 합리적인 것 같지만 의외로 당장의 8만원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훗날의 큰 보상보다 당장의 작은 보상을 택한다면 하이퍼볼릭 디스카운팅이 작동한 셈이다.이런 경향은 낯선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심리인데
지난 3월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통화를 했다. 그가 강조한 건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의 기여도였다. “각국의 방역을 위한 시간을 중국이 벌어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왕 국무위원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해 확산 국면을 보이고 있다. 국제 공조를 강화해 함께 맞서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이 생각하는 국제 공조 강화 방식은 무엇일까. 한 아이디어가 해외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흥미로운 기사를 전했다. 악시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을 속였다.’미 온라인매체인 악시오스는 2020년이 막 열린 1월 6일, 비전펀드의 투자 자세를 통렬하게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를 매료시키며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이 사모펀드의 규모는 970억달러(약 121조9000억원)로 세계 최대였고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 중 상당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악시오스의 기사에서는 비전펀드의 자세가 돌변한 사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지난 2월 9일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우리가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에 대한 기대를 한껏 모으던 그날, 후보에만 올라가도 영광이라는 이 자리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는 무려 2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리시맨’이 10개 부문에, ‘결혼이야기’는 6개 부문에, 그리고 ‘두 교황’은 3개 부문에서 후보가 되는 등 총 8개 작품이 상을 노리고 있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규모였는데 월트디즈니가 23개 부문, 소니가 20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의 넷플릭스가 기존 영화 권력과의 거리
‘영화배우’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 등장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곳. 36회 선댄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던 1월 25일,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미 대통령선거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영화 ‘힐러리(Hillary)’의 주인공 자격으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페이스북은 그 강력한 힘을 트럼프 재선을 위해 쓰고 있다.”파크시티에서 미국 시사지 디애틀랜틱과 가진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막상 영화 얘기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거칠게 몰아붙였다.